12월 대선까지 4개월 남짓 남았습니다. 시민경제사회연구소에서는 어려운 경제·재정·복지 이슈에 지식인들과 대중들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주요 대선쟁점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하는 <대선쟁점 40문40답> 시리즈를 내고 있습니다. 이번 회는 부동산 정책입니다. <편집자 주>

1. 부동산정책을 보면 대선주자 능력의 70%는 알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어디에 있나요?

⇨ 행정학 교과서들에 따르면 좋은 인재가 갖추어야 할 2가지 능력은 ‘문제해결능력’과 ‘위기관리능력’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이 경착륙과 연착륙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대선주자들 중 누가 더 좋은 인재인지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2. 부동산정책이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이 정책이 왜 이렇게 어려운가요?

⇨ 첫째, 국민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국민들은 전재산의 많은 부분을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쉽게 냉정해지지 못합니다. 둘째, 국가경제와 가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셋째, 국민들과 전문가들 사이에 오해와 오류가 많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3. 정부 관료들이나 부동산 전문가들이 선진국의 성공,실패 사례로부터 교훈을 거의 얻지 못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사실인가요?

⇨ 사실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지난 30년간 이웃나라 일본이 엄청난 거품을 키우고 또 그것을 붕괴시켜 큰 고통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관료들이나 부동산 전문가들 중 이 과정에 대해 심도있게 공부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겁니다.

4. 1980년대 일본에서 엄청나게 부동산 거품이 상승한 원인은 어디에 있었나요?

⇨ 그 시발점에는 금융규제완화가 있었습니다.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 과정에서 엄청나게 부를 축적한 국제 금융자본은, 1980년대에 유가가 떨어지자 눈을 선진국으로 돌려 각국에 금융규제완화를 요구하게 됩니다. 금융규제완화를 해서 금융산업을 선진화시켜야 진정한 선진국이 된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였습니다. 이들의 이런 논리는 때마침 당시 전세계를 이데올로기로 장악한 레이거노믹스·대처리즘에 힘입어 전염병처럼 각국으로 퍼져 나갑니다.

5.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나요?

⇨ 미국, 일본, 유럽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이 전염병에 희생되었습니다. 이들 선진국들은 1980년대에 거의 예외없이 금융규제완화를 했고, 또 1990년을 전후하여 거의 예외없이 크게 작은 금융위기를 겪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일본과 북유럽의 피해가 컸습니다.

6. 금융규제완화는 어떤 과정을 통해 부동산 거품을 키우게 되나요?

⇨ 금융규제완화가 이루어지면 국제적인 금융자본이 들어오고, 금융감독이 느슨해지며, 금융기관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이들 간에 과열경쟁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과열경쟁은 필연적으로 저금리현상을 가져오게 되는데, 이 저금리가 부동산 가격 폭등의 주요 요인이 됩니다.        

7. 80년대 일본에서 저금리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켰나요?

⇨ 일단 국제적인 금융자본이 들어오면 저금리 기조가 형성됩니다. 국제적인 금융자본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를 축소시키면 국내 금융자본들은 그 기조를 따를 수밖에 없고,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가 지속적으로 줄어들면 저금리 기조가 형성되는 겁니다. 그리고 금리가 떨어지면 부동자금들은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을 향해 달려가게 되어 있고,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 자금이 넘치면 주식과 부동산 가격은 폭등하게 됩니다.

8. 금융기관들이 국민들의 부동산투기를 부추켰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일본의 거품상승 과정을 보면 저금리가 일차적으로 주가를 상승시켰고, 주가상승은 대기업들로 하여금 금융기관을 외면하게 만들었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얼마든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대기업이라는 거대한 대출시장 중 상당부분을 잃은 금융기관들은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서 서민들의 부동산투기를 부추키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그와 유사한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9. 노무현 정부는 DTI(Debt To Income, 총부채상환비율)규제제도를 도입해서 대출이 과도하게 느는 것을 막기도 했습니다.

⇨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DTI규제는 대출상환액이 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제도로 매우 좋은 제도입니다. 유럽중앙은행도 이 제도를 높이 평가하고, 각국이 이것을 벤치마킹하도록 권장하기도 했습니다.

10. 노무현 정부는 이런 좋은 제도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을 왜 제 때 잡지 못했을까요?

⇨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대한민국 전체에 만연한 ‘사대주의적 성향’ 때문일 것입니다. 2000년대 중반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금융규제 강화론이 고개를 들었지만, 선진국들보다 과하면 안된다고 경제관료들이 몇 마디 하자 바로 꼬리를 내렸습니다.     

11.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들도 금융규제 강화론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요?

⇨ 보유세 강화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보유세만능론이 만연했습니다. 이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큰 불행이었습니다. 자산시장의 생리를 잘 아는 경제통 측근이 한두 명이라도 있었다면, 8·31대책이 시행된지 3~4개월이 지나도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을 때 바로 추가대책을 내놓았을 겁니다. 그러나 청와대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12. 8.31대책은 왜 효과가 적었나요?

⇨ 자산시장은 미래를 먹고사는 시장입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여당이 재보궐선거에 연전연패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다수 국민들이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고, 8.31대책도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런 시기에 8.31대책에 모든 것을 걸고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적절한 대처법이 아니었습니다.  

13. 그럼 당시에 청와대는 어떻게 했어야 했나요?

⇨ 노무현 정부가 8·31대책을 발표할 때 강남 아파트 가격을 20% 내리겠다고 했다면, (8.31대책을 발표할 때 한덕수 재정경제부 장관은 강남 아파트 가격을 2003년 9월 수준으로 되돌려 놓겠다고 공언했다) 강도 높은 부동산정책을 융단폭격식으로 투하해서라도 그 목표를 달성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14. 노무현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지나치게 늦게 부활시킨 것도 정말 아쉬운 대목입니다.

⇨ 분양가 상한제는 1990년대 우리나라 주택가격 안정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이 제도 덕분에 91년과 97년 사이 가계소득지수가 100에서 197로 상승할 때 서울시 아파트가격지수는 100에서 103으로 상승하는데 그쳤습니다. 정부가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되 분양가상한제라는 안전망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이 좋은 제도를 지나치게 늦게 부활시켰습니다.

15. 분양가 상한제는 어떤 매커니즘을 통해 주택가격 안정에 기여하나요?

⇨ 주택가격을 결정하는 요인 중 가장 큰 것은 매수 열기입니다. 매수 열기가 살아나면 가격이 오르고, 그것이 위축되면 가격이 내립니다. 1990년대 분양가 상한제는 무주택자로 하여금 기존주택을 매수하지 않고 기다리면 저렴한 양질의 주택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주었습니다. 이 기대는 기존주택에 대한 매수열기를 위축시켰고, 결과적으로 1990년대 부동산시장은 크게 안정되었습니다.          

16. 2006년의 가격폭등에는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책임도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뉴타운의 문제는 그것이 ‘대단지 개발’이라는 것입니다. 소규모 개발의 경우에는  도시 인프라를 전면적으로 바꾸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사업비가 적게 듭니다. 반면 뉴타운과 같은 대규모 개발의 경우에는 도시 인프라를 전면적으로 바꾸어야 하기 때문에 사업비가 엄청나게 많이 듭니다.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그 차이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보수언론들이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하니까 공급을 확대했는데 그것이 부동산 투기라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17. 급상승하던 부동산 가격은 2007년 1월부터 수그러들기 시작합니다. 그 주요 요인은 어디에 있었나요.

⇨ 노무현 정부는 2006년 말에 가서야 강력한 3대 부동산정책을 내놓게 됩니다. 금융규제를 강화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고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중에서도 급상승하던 부동산 가격을 진정시키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금융규제 강화였습니다.

18. 당시 분양가 상한제가 큰 역할을 하지 못한 이유는 어디에 있었나요?

⇨ 1990년대 초중반 분양가 상한제는 건설사들의 이해(利害)보다 무주택자들의 이해를 주로 반영했습니다. 그 결과 건설사 부도율이 5년만에 1%에서 4%로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06년 이후 분양가 상한제는 무주택자들의 이해보다 건설사들의 이해를 더 많이 반영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제도 부활 자체가 건설사 부도율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고, 무주택 서민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언어학자 소쉬르의 개념에 비추어 보면 1990년대와 2006년 이후의 분양가 상한제는 시니피앙(signifiant/기표/개념의 외연)은 같았지만 시니피에(signifie/기의/개념의 내포)는 전혀 달랐던 겁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연합뉴스

19. 2006, 7년 경에 토지임대부 주택과 환매조건부 주택이 대안이라는 주장도 많았습니다. 당시 청와대에서는 이런 대안들이 현실성이 없다고 했었고요.

⇨ 당시 청와대가 제대로 본 것입니다. 먼저 환매조건부 주택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그것은 싱가폴이라는 특수한 조건 하에서만 가능한 것입니다. 싱가폴 정부는 자신들이 10~20년 전의 가격으로 토지를 공용수용해서 공급한 저가의 양질의 주택이 투기대상이 되면 곤란하다고 판단하고, 그것을 환매조건부로 공급했습니다. 즉 생애 한 번만 시장에서 주택을 거래하여 차익을 남기되, 나머지 경우는 모두 다 정부기관인 주택청에 되팔도록 의무화한 것입니다.

20. 환매조건부 주택은 왜 우리나라에서 불가능한가요?

⇨ 싱가폴처럼 국토의 80% 이상이 국유화되어 있고, 대부분의 주택이 주택청으로 환매되게 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환매조건부 주택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민간주택시장의 비중이 엄청나게 크기 때문에 애초에 환매조건부 주택은 불가능합니다. 바보가 아니라면 차익이 보장되는 민간주택을 매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21. 토지임대부 주택은 LH공사가 시범적으로 공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LH공사의 토지임대부 주택 시범사업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용적률 1000% 운운하며 자신의 고민을 노출하고 다녔는데, 그의 고민 속에 이 대안의 허점이 들어 있습니다. 서울에서 시가 4억원에 공급되는 아파트가 있다고 할 때, 매수자가 건축분 2억 원을 매수하고, 토지분 2억원을 임차한다면 이것은 결코 반값아파트가 아닙니다. 또 토지분 2억원을 임차하게 되면 그 임대료가 엄청납니다. 연이율 5%만 가정해도 연간 임대료가 1000만원에 달합니다.

22. 그런 주택을 매수해서 임대료 엄청나게 내면서 사느니, 차라리 그냥 전세주택에서 살겠습니다.

⇨ 그게 정답입니다. LH공사의 토지임대부 주택 시범사업은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홍 전 대표가 용적률 1000% 운운하며 자신의 고민을 노출하고 다닐 때부터 이미 이 사업의 실패는 예견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저희들은 판교신도시 연구를 하며 그게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미리 알았지만 말입니다.

23.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는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되었습니다. 보금자리주택이 출현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 보금자리 주택은 2006년과 2007년 사이 대한주택공사가 내놓은 이른바 '주공식 반값 아파트'를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한 후 수용한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 때 주택공사는 반값아파트를 내놓을 테니 그 비용(택지 조성에 필요한 도로 등 기간시설비)의 대부분을 혈세로 충당하라고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이 때 노무현 정부는 주공의 제안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주택공사의 희망대로 주택공사와 건설사 등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식으로 보금자리 주택을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24. 보금자리 주택을 ‘반값 아파트'라 하는데, 분양가 상한제 하의 아파트와는 어떻게 다릅니까?

⇨ 1990년대 중반까지 시행된 '분양가 상한제'와 보금자리 주택의 차이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전자는 국민의 혈세를 투입하지 않았는데 후자는 매년 수조 원의 혈세를 투입하며 시행된다는 점. 둘째, 전자는 도심의 그린벨트를 훼손하지 않았는데 후자는 그것을 훼손하며 시행된다는 점. 셋째, 전자는 국민임대 주택공급을 감소시키지 않았는데 후자는 그것의 희생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25. 경실련의 김헌동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이 주택에 대해서 아주 높게 평가했는데,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김 본부장은 원래부터 '분양가 상한제'에 애착이 강한 사람입니다. 그의 이런 태도는 매우 바람직한 것입니다. 공공부문의 부채를 늘리지 않고, 또 국민혈세를 별도로 투입하지 않고도 서민들에게 저렴하고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하는 대안이 바로 분양가 상한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가 노무현 정부 때 토건족들에 의해 형해화된 분양가 상한제를 대신할 보금자리 주택이 나타나자 진영논리를 떠나 크게 환영한 것 같습니다.

26. 그러나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들과 대선주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보금자리주택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보금자리주택은 분양가 상한제와 마찬가지로 가격급등기에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가격급락의 우려가 있는 시기에는 경착륙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현 시기에 보금자리주택을 100%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27. 최근의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습니까?

⇨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2년 반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은 5% 하락했습니다.  이중 강북(한강 이북 14개구)이 4.4% 하락했고, 강남(한강 이남 11개구)은 5.3% 하락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은행 가격변동률 통계가 현실을 20% 정도 적게 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서울 아파트 가격은 6.25% 하락했고, 강북은 5.5% 하락했으며, 강남은 6.6% 하락했을 것이라 추정됩니다.

28.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1990년대 일본처럼 경착륙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 앞으로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잘하면 1990년대 일본식 경착륙은 피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6.25% 하락률이라 하여 결코 안심할 단계는 아닙니다. 바람직한 연착륙은 연평균 주택가격 상승률을 -1%~+1%로 잡아두고 PIR을 낮추는 것입니다. 그러나 연평균 주택가격 하락률이 2~3%를 넘어서면 시장이 살얼음처럼 허약해지기 때문에 일순간 외부충격에 의해 경착륙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29.  일부 학자들은 경착륙도 불사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거품을 조기에 붕괴시키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그것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 매우 위험한 주장입니다. 그런 주장을 하는 학자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스웨덴이 어떤 일을 했는지 조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스웨덴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정부보증을 통해 금융기관들의 위기 확산을 조기에 차단했습니다.  1990년대 초 4~5년간의 경착륙의 고통이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30. 부동산시장 연착륙 방안을 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일차적으로 연착륙되는 지점이 어디인지 그 목표를 세워야 합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2000년에는 우리나라에 부동산 거품이 없었던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2000년의 PIR을 일차적인 목표로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통계청과 국민은행 자료를 토대로 추정해 보면, 향후 5년간 서울아파트 가격을 현 수준에 동결시킬 경우, PIR이 10.1배에서 8.0배로 낮아져 거품상승 이전인 2000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경제가 어렵다 하더라도 가계소득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서울아파트 PIR 변화 : 2000년 8배, 2006년 13배, 2012년 10배) 이런 수치들에 비추어 보면 향후 정부가 부동산정책을 잘하면 연착륙이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31. 연착륙정책이 투기를 유발하고 가격급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 심각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시장은 이미 2010년을 기점으로 대세하락기, 혹은 가격안정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1~2년 안에 투기가 재발되거나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또 투기재발, 가격급등이 우려되는 경우 정부가 DTI,LTV 규제강화로 얼마든지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향후 투기가 재발되거나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32. 정부가 연착륙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조심해야 할 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첫째,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연착륙정책에는 최대한 신중해야 합니다. 금융규제완화(DTI,LTV 규제완화)를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둘째, 청년층 가계부채를 증가시키는 연착륙정책도 좋지 못합니다. 최근 생애최초 주택매수자에 대한 저리대출을 연착륙대책으로 내놓은 사람들도 있으나 적절한 대안이 아닙니다. 셋째, 후세대 부담을 가중시키는 연착륙정책에도 최대한 신중해야 합니다. 일본과 같이 국가채무와 공공기관 채무가 급증할 경우 경제전반에 걸쳐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연착륙을 유도할 정책수단이 많지 않으므로, 가계부채와 정부 부채를 늘리지 않는 다른 수단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33. 가계부채 문제와 부동산 문제는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가계부채 총액은 어느 정도 되나요?

⇨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가계부채 통계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한국은행 가계신용 통계에서 집계되는 가계대출 통계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은행 자금순환 통계에서 집계되는 가계부채 통계입니다. 이중에서 전자는 제도권 금융기관에 들어있는 가계부채라 할 수 있는데, 지난 2/4분기 총액은 922조원이었습니다. 후자는  제도권과 비제도권을 다 포괄한다 할 수 있는데, 지난 1/4분기 가계부채 총액은 1107조원이었습니다.

34.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는 선진국에 비해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 OECD에 따르면 2008년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78%로 OECD 회원국 24개국 중에서 10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같은 시기 우리나라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40%로 OECD 회원국 20개국 중에서 8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에는 그 순위가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35. 가계부채가 불어나는 주요 요인은 어디에 있나요?

⇨ 노무현 정부 때와 이명박 정부 때 가계부채가 불어나는 주요인은 좀 다릅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부동산 가격상승이 가계부채를 늘려놓은 반면, 이명박 정부 때는 경기침체, 특히 서민경제 위축이 가계부채를 늘려 놓았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노무현 정부 때는 중후반 4년간 가계부채가 193조원 늘었는데 이명박 정부 때는 지난 4년간 247조원이나 늘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 때 서민경제 위축으로 생계형 대출이 많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36.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이 경착륙으로 나아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 최악의 시나리오는 1990년대 일본처럼 경착륙하는 겁니다. 그 과정을 보면 몇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제1단계는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금융기관들이 만기연장을 기피하고 하우스푸어들의 원금상환을 독촉하는 단계입니다. 제2단계는 원금상환 독촉받은 하우스푸어들이 심리적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급매물을 내놓아 부동산 가격이 추가로 급락하는 단계입니다. 제3단계는 부동산 가격이 추가로 급락하면 금융기관들이 더 강하게 만기연장을 기피하고 원금상환도 더 강하게 독촉하는 단계입니다. 그 이후에는 이 과정이 악순환하게 됩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부실채권더미에 눌린 금융기관들이 극도로 자금을 보수적으로 운용해 우량한 기업들까지 자금을 제 때 공급받지 못해 흑자도산에 빠지는 상황이 도래합니다. 이런 상황을 일본식 복합불황이라 합니다.

37. 그러나 주택가격이 하락하더라도 1990년대 일본처럼 심각한 경착륙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많습니다.

⇨ 1990년대 일본의 경착륙 과정을 보면 세 가지 요인이 위기를 증폭시켰습니다. 첫째는 100%에 달하는 과도한 LTV(주택가격 대비 대출액 비율), 둘째는 10여 년 지연된 금융기관 구조조정, 셋째는 정부의 경솔한 거품해소정책(급격한 금리인상)이 그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첫째, LTV가 50% 내외에 불과하다는 점, 둘째, 단기간에 금융기관을 구조조정한 경험이 있다는 점, 셋째 정부가 무리하게 경착륙을 유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 등이 1990년대 일본처럼 심각한 경착륙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38. 최근 일부 대권주자들은 정부가 빚을 내서 하우스푸어 주택을 사들여 이것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한쪽에서는 투기가 재발될지 모른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하우스푸어 주택을 사들여야 할만큼 시장 상황이 안 좋다고 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지 모를 일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둘다 틀렸습니다. 단기간에 투기가 재발될 것이라는 주장도 틀렸고, 또 하우스푸어 주택을 사들여야 할만큼 시장 상황이 안 좋다는 주장도 틀렸습니다.

39. 오세훈 시장이 주도한 장기전세주택(일명 시프트)을 높이 평가하는 일부 학자들도 있습니다.

⇨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고령층이 아닌 중간층에게 시프트를 공급하는 것은 결코 좋은 정책이 아닙니다. 중간층이 공공임대주택을 공급받으면 이 주택이 절실히 필요한 저소득층, 장애인, 고령층이 그만큼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세훈 시장도 시프트 공급을 확대하게 위해 저소득층 공공임대주택을 줄이고, SH공사의 부채를 5배나 늘려놓는 등 심각한 희생을 치렀습니다. 중간층 무주택자들에게는 금융규제강화, 분양가상한제 등을 통해 주택가격을 낮춘 후, 값이 싸면서도 질이 좋은 자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40. 또 일부 학자들은 국민연금을 동원해서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혹은 매입)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 LH공사가 빚더미에 앉아 있는데, 그 문제를 풀기는 커녕 또 다른 빚을 동원해서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혹은 매입)하자는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차기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자 한다면 LH공사의 부채의 내용부터 바꾸는 것이 중요합니다. 즉 과다하게 보유한 토지를 팔게 하고, 그것을 매각한 대금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혹은 매입)하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부 학자들이 이 문제는 옆으로 미루고 국민연금으로부터 또다른 빚을 끌어와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것입니다.